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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朝鮮칼럼 The Column
[朝鮮칼럼] 중국이냐, 미국이냐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2025.04.21. 00:15
대통령이 또 파면당해 조기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8년 전과는 달리 한국 민주주의를 보는 세계인의 시선은 싸늘하다.
세계 정치사에 직선제 대통령이 10년 안에 두번 축출된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극렬한 정쟁에 맞물려 국제정치는 격변에 휩싸여 있다.
헌법 조항을 수정해 재집권한 중국의 시진핑 정권은 복합적 경제난에 봉착해 있는데,
중국발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 재선에 실패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4년 만에 권토중래하여 관세전쟁을 개시했다.
4월 초 동맹국들에도 관세가 선포됐으나 거센 반발에 부딪혀 90일간 유예를 결정했다.
일단 중국만이 최고 245%의 고관세 폭탄을 맞은 형국이다.
이에 중국 국무원 판공실은 3만자의 긴급 입장문을 발표했다.
장문의 요지는 세 마디로 요약된다.
첫째는 “호리공영(互利共贏),”
지난 46년간 미·중 양국은 서로 이익을 누리면서 윈-윈의 공생관계를 이어왔다는 진단이다.
둘째는 “손인해기(損人害己),”
미국의 무리한 관세정책은 타국에 손실을 끼치고 자국을 해롭게 한다는 경고다.
셋째는 “평등대화,”
미국은 일방주의를 버리고 쌍방의 이익을 위해 공정하게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제안이다.
전랑 외교의 험구로 일관하던 중국이 낮은 톤으로 미국을 달래는 모양새다.
중국은 모르는 체하지만, 작금의 미·중 대결은 단순한 무역갈등이 아니라 체제전쟁이다.
어느새 패권국가로 부상한 중국이
신질서를 모색하며 전방위적 초한전(超限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세계 전략에서 대만해협과 한반도는 양대 요충지다.
6·25전쟁 발발 이틀 만에 미국은 제7함대를 급파해 대만해역을 방어했다.
그때부터 한국과 대만은 서태평양 자유진영 최전선으로 공동방어선을 구축해 왔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대만해협을 국제무역의 동맥으로 삼는 한국이나 일본도 무사할 리 없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는 재래식 상륙작전이 아니라 은밀한 정치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
해저케이블 절단, 해협봉쇄, 사이버 해킹, 정치인 매수 등등 중국이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술은 많다.
다시금 이번 대선은 한국이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결정하는 중대한 모멘트다.
긴 세월 중화문명권에 속했던 한반도는 1945년 남북으로 갈라진 채 세계사적 급변에 휩쓸렸다.
진정 6·25전쟁은 삼국통일 이래 한국사 최대의 사건이었다.
비단 동족상잔의 비극이라서가 아니라
그 전쟁의 결과 남과 북이 각각 미국과 중국의 영향권에 흡입됐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편입된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고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했다며 이미 샴페인을 터뜨린 상태다.
반면 총무역량 98%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전체주의 극빈국 북한은
중국의 묵인 아래 핵무장에 성공하여 중국의 실제적인 핵 전초기지가 되어 있다.
70여년 전 제1차 미·중 전쟁의 결과 남북한의 성패가 극명하게 갈렸음에도
한국 정계엔 구시대 역사관이 악영향을 끼친다.
8년 전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의 나라”라 칭송한 한국 대통령을 생생히 기억하기에
자유진영 국가들은 한국에 친중정권이 들어설까 우려한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국제적 반감이 일자
중국이 동남아로 손을 뻗치며 국제적 반미연대를 구축하려 하기에 더욱 그렇다.
레이건 시대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을 다시 내건 트럼프 정권은
“미국 먼저는 미국 혼자가 아니”라며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 동맹국에 방위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년 미국에선 3번 정권이 바뀌었지만, 반중의 국제연대를 강화하려는 기본전략은 바뀌지 않았다.
자유주의 기본질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간파한 유럽연합은
벌써 전략적 자율성을 내걸고 방위비 증액에 나섰다.
한국과 일본 역시 국력에 준하는 국제적 기여를 요구받는다.
때마침 세계 곳곳에선 트럼프의 돌출적 언행을 반미선전의 빌미로 삼는 정치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상황이 엄중하기에 세계는 더욱더 한국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중국에 지레 겁먹고 고개 숙이는 지도자냐, 중국에 당당히 맞서는 지도자냐?
공산당식 일당독재냐, 자유민주적 헌정체제냐?
한미일 공조냐, 동북아 중간자 외교냐?
중국이냐, 미국이냐?
전 지구가 하나로 엮인 오늘날
세계 12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이번 대선은 진정 세계사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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