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보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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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의 News English] 하루 1만보 걷기는 과학 아닌 마케팅의 산물
윤희영 기자 2025.09.08. 23:32
하루 1만보 걷기를 금과옥조(golden rule)처럼 떠받든다.
1만을 ‘마법의 숫자(magic number)’처럼 여긴다.
마치 9600보는 걸으나마나가 되고 반드시 1만보를 채워야 건강효과를 볼 수 있는 것처럼 집착한다.
하루 1만보 기준은 도대체 언제 누가 처음, 어떤 근거로 제시한 걸까.
과학적 증빙이 된 것이고, 이론이나 반론은 없는 걸까.
반론은 없다. 하지만 이론은 있다.
1만보는 마케팅 전략상 선택된 기억하기 쉬운 숫자였다.
일본의 시계회사 야마사토케이(山佐時計)가 세계 최초로 걸음수를 측정하는 보수계(歩数計)를 출시했는데
그 상표명이 ‘만보계(万歩計)’였다.
그런데 마침 1만을 뜻하는 일본어 한자 ‘万’이 사람이 양팔을 벌리고 걷는 모습처럼 보여
마케팅·홍보수단으로 삼은 것이 슬그머니 하루 걷기운동의 목표 수치로 자리 잡게 됐다.
과학적 근거나 의학적 연구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임의로 선택된 숫자였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건강걷기의 표준수치인 양 전 세계에 전파됐다.
1만보를 꼭 걸어야만 건강효과가 나타난다는 의학적 소견은 없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연구진이 2014~2025년 진행된 57건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하루 7천보만 걸어도 치매·심장질환·암·우울증 등 주요 만성질환의 발병위험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7천보는 약 5km로, 1만보인 7km보다 부담이 훨씬 덜하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하루 7천보만 걸어도 치매는 38%, 심장질환 25%, 암사망률 37%, 우울증 22%를 비롯해
모든 사망위험이 47%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을 이끈 멜로디 딩 교수는
“이미 하루 1만보 넘게 걷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일반인들에겐 7천보가 좀 더 현실적이어서 실천하기 쉽고 1만보 못지않은 건강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하루 1만보는 꼭 지켜야 할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 편차는 있을지언정,
평소활동량보다 조금씩 더 걷기를 늘려 가기만 해도 건강에 상당한 긍정적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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