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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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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5-09-14 14:02 View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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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가칼럼

[백영옥의 말과 글] [423] 타인의 취향

백영옥 소설가 2025.09.12. 23:50


심리학자 김경일의 강연에서 

놀이공원에 간 딸이 풍선을 사달라고 졸라대 어쩔 수 없이 비싼 풍선을 사준 일화를 들었다. 

잠시 후, 팔이 아프다며 투정하던 딸이 결국 풍선을 놓쳐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는 그제야 풍선을 사기 직전 주위에 풍선을 든 아이들이 많았는데, 

30분 뒤에는 딸 이외에 풍선을 든 아이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딸이 원한 건 

풍선이 아니라, 풍선을 든 수많은 아이들 중 하나가 되고 싶은 ‘동일성 욕망’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원하는 것(Want)’과 ‘좋아하는 것(Like)’을 구별하지 못한다. 

특히 한국인은 타인의 욕망을 자기화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비슷한 꿈을 꾸며 살아간다. 

책도 베스트셀러만 팔리고, 영화도 천만 관객 영화만 살아남는 식이다. 

모두 ‘Like’보다 ‘Want’를 욕망하기 때문이다.


‘Like’가 빠진 ‘Want’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허무하게 바람에 날아간 풍선처럼 쓸려 다니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은 ‘새로운 Like’를 발견할 가능성이 좁아지고 있다. 

알고리즘 때문에 반복적으로 접하는 것만 선택하게 되고, 

이전에는 호기심이었을 새로운 경험과 취향의 시도는 점점 배제된다.


취향은 단순히 물건을 사 모으는 행위가 아니다. 

타인과 나를 구별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명확히 하는 자기 경계선이다. 

세상이 별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에 기꺼이 시간을 들여 ‘무용함의 쓸모’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거 돈이 돼?” 같은 관성적 질문에서 벗어나 나의 고유성을 되찾는 일 말이다.


타인이 원하는 것만 좇는 삶은 이미 정류장을 떠난 버스를 잡기 위해 뛰는 것처럼 허무하다. 

반대로 정말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걸 아는 순간, 삶은 내 것이 된다. 

그제야 세상의 소음 속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림이든, 뜨개질이든, 작은 몰입 속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는 것. 

나를 흔드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취향을 갖는 건 공허함에 맞서는 태도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자신만의 개성과 자유를 잃으면 자기가 없어진다
타인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허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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